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가 6일 베를린 연방의회에서 진행된 총리 선출 투표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 베를린=AP 뉴시스
올 2월 말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차기 총리 후보로 뽑힌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6일 연방의회에서 열린 총리 선출 투표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총리 후보가 의회의 1차 투표를 통과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최대 경제대국이지만 2023년과 지난해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고전 중인 독일의 정치 및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결 직후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의 DAX지수 또한 전 거래일 대비 1.8% 하락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츠 대표는 이날 연방하원에서 실시된 1차 신임 투표에서 전체 630표 중 310표를 얻었다. 과반(316표)에서 6표가 모자랐다. 영국 BBC는 그를 지지할 것으로 여겨졌던 진영에서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메르츠 대표가 CDU 내부에서 완벽한 지지를 얻지 못했거나, 연립정부를 꾸리기로 한 사회민주당(SPD)의 일부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메르츠 대표가 이끄는 중도 보수 성향의 CDU와 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이번 총선에서 각각 22.6%와 6.0%를 득표했다. 다만 과반 달성엔 실패해 지난달 30일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중도좌파 성향 SPD와의 연정을 택했다.
통상 신임 총리가 취임하기 전에 거치는 의회 투표는 그간 형식적인 절차로 여겨졌다. 메르츠 대표의 이날 투표 또한 무난히 가결돼 같은 날 취임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을 뒤집은 이번 결과를 두고 AP통신은 “메르츠 대표가 참담한 패배를 겪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또한 메르츠 대표가 “굴욕적인 좌절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에서 지지율 20.8%로 2위를 차지했던 강경 보수 성향의 ‘독일을위한대안(AfD)’은 즉각 재총선을 요구했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는 “메르츠가 물러나야 총선을 위한 길이 열릴 것”이라며 “(오늘은) 독일에 좋은 날”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하원은 14일 안에 재투표를 거쳐 과반을 확보한 총리 후보를 정해야 한다. 메르츠 대표는 물론 다른 의원도 출마할 수 있다. 이 기간 중 투표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를 총리로 임명하거나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치를 수 있다. 이미 5일 퇴임 행사까지 열었던 숄츠 총리 또한 임시 총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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