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랑 4월말~5월초 연휴까지 좀 심하게 다투고 현재까지도 냉전상태입니다.... 와이프가, 오빤 대체 취미가 뭐야? 좋아하는게 뭐야? 뭐할때 행복해? 물을때면, 그냥 너랑 같이 밥먹고, 너랑 같이 TV보고, 너랑같이 산책하는거? 너가 내 취미고 너랑 같이 있으면 행복해 라고 할만큼, 가식떠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제가 뭘 좋아하고 뭐할때 행복감을 느끼는지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그냥 남들 하는것처럼 학교갈때 학교가고, 대학갈때 대학가고, 졸업할때 졸업하고, 졸업하니 취업하래서 취업하고, 남들이 워라밸, 고연봉 외쳐대길래, 저도 그게 당연히 좋은거라 생각해서 몇년간 자기개발해서 더 좋은, 더 높은 회사로 이직해서 그냥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와이프가 제 성격 중 불만사항인 부분은 제가 의견이 없다는 겁니다. 뭔가를 결정해야할때, 아주 사소한것부터 중대한 사항들까지 제가 의견이 없다는 겁니다. 사실 이 문제는 연애때부터 꾸준히 와이프 입에서 나온 사항이긴 합니다. 뭐먹을까? / 너 먹고싶은거 먹어~ / 아니 오빠 의견좀 내. 맨날 내가 먹고싶은거 먹자하잖아 오빠는 먹고싶은게 없어? / 나 진짜 먹고싶은거 없는데. / 아 진짜 짜증나 맨날 회피하고.. 그냥 먹지마 식의 다툼이 자주 있어왔습니다. 제딴엔 억울한게 저는 정말 먹고싶은것도, 하고싶은것도 없고, 그냥 와이프랑 같이 시간을 보내는? 순간이 좋으니까. 뭘 굳이 안해도, 그냥 발 닿는대로 같이 스몰토크하면서 걸으면 좋은데. 와이프는 그게 아니니깐요. 여기서 오는 차이가 좀 힘듭니다. 매순간, 뭐먹을까?/뭐할까?/어디 가고싶은데 있어? 등의 선택지를 만들어서 물어봐요. 그럼 저는 정말 하고싶은것도, 딱히 먹고싶은것도, 가고싶은데도 없어요. 그냥 와이프가 먹고싶고, 가고싶고, 하고싶은게 제가 하고 싶은거예요. 별로 싫지 않으니까요. 와이프가, 오빠 우리 뱀먹을래?/ 오빠 우리 지옥가볼래?/ 오빠 우리 낭떠러지에서 떨어져볼래? 하지 않으니까요. 근데 확실히 말할수있는건, 저는 단 한번도 와이프가 고른 메뉴에, 여행지에, 목적지에, 단연코 토를 달거나, 비아냥대거나, 지루하다는 반응을 보인적 없습니다. 그냥 내가 고를걸 등의 기분나쁠만한 표현같은거요. 그냥 맛있게 먹고, 재밌게 놀고, 수다떨고 했습니다. 원래 그렇잖아요. 친구들끼리도 여행계획짤때, 아무의견 없다가 막상 가서 이건 어떻네, 저건 어떻게 꼽주면 죽여버리고 싶잖아요. 의견없었으면 그냥 입다물고 따라다녀야죠. 제가 딱 그랬어요. 먼저 적극적으로 제안하지 않았을뿐.. 친구들끼리 여행가도 군말없이 따라다녔습니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피곤하면 피곤한대로, 제안하지 않았으니, 따라다녔어요. 무튼, 그럼 어떻게 헤어지지않고 만남을 지속해서 부부의 연까지 맺었냐면은. 연애시절때 계속 저런 문제로 싸우고 와이프는 화내고 저는 풀어주고 하니까 힘들더라고요. 내가 살기위해 와이프가 원하는대로 맞추기 시작합니다. 싸우기 싫으니까요. 딱히 난 끌리지않는 메뉴인데 와이프가 좋아할것같으면 쓰윽 눈치보고, 이거 먹고싶어 먹으러갈래? 하고, 딱히 여행 좋아하지않는데, 이쯤 한번 여행가자고 제안해야할것같다 싶으면, 검색해서 찾아보고 여기 가고싶어. 갈래? 해서 가고, 그냥 눈치로 연애하다 결혼까지 한겁니다. 신혼집 인테리어 꾸밀때도, 저에게 집은 그저 주거공간일 뿐이고 인테리어 역시 딱히 흥미가 없었지만, 와이프 눈치보다가 어 그거 좋다 내가 딱 그 디자인으로 생각하고 있었거든. 하고요. 뭐로할지 각자 찾아보자하면 그때만큼은 정__, 검색력을 총동원하고, 주위 조언등 취합해서 최적안을 제시해서 와이프에게 엄지척을 받기도했고.. 무튼 그렇게 살아왔는데요. 얼마전에 일이 터졌습니다. 년차가 점점 쌓이면서 회사에서 저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아지고, 큰 프로젝트들을 담당하면서 야근도 많이하고, 주말출근도 2달가까이 하면서 와이프랑 최근 시간을 많이 못보냈습니다. 근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가정의 달인 5월이...겹치면서 어버이날이 있었잖아요. 동시에 연휴도 있었고요. 물론 저는 쉬지못하고 주말이고 연휴고 뭐고 계속 출근을 해야 했지만요. 저도 알고있었습니다. 이런때에 집에 소홀해선 안된다는것을요. 더 긴장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일부러 사무실에서 틈날때, 처가 식사계획도 잡아보고, 장모님 장인어른 좋아하실 메뉴들 쫙 뽑아서 식당 대여섯곳 정해서 와이프한테 보내고 이중에 골라주라. 날짜도 언제 괜찮으신지 물어봐줘~ 하고 의견도 내려고 했고요... 또 와이프가 저 없이 스트레스 받아할까봐 저희 집에는 따로 연락해서, 드시고 싶은거 있으면 말해줘요 미리 예약잡아놓게. 되시는 날짜도 같이 말해주세요 했습니다. (제딴엔 집에 혼자있는 와이프를 배려한 행동이었는데, 까먹고 와이프한테 말을 못했습니다) 근데 와이프는 집에서 혼자 저희 부모님이랑 식사할곳을 찾고 있었나봐요, 저에게 어머님 아버님 뭐 좋아하셔? 라고 카톡을 했고, 저는 그때 바쁘기도했고 정신없기도해서, 아 맞다 내가 집에다 따로 연락해놨어 그니까 신경안써도돼 알아서 정해서 말해줄거야 답하고 몇시간동안 답장을 못했어요. 근데 와이프입장에선 나름 큰 며느리인데 아무것도 안하고 있기가 불편했나봐요. 그래도, 우리가 정해서 먼저 말씀드리는게 도리인것같아 어머님 아버님 좋아하시는 메뉴좀 알려줘 라고 카톡이 와있었더라고요. 저는 그 카톡을 3시간 뒤 확인했고요. 여기서 제가 실수를 좀 한게, 우리 엄마아빠 뭐 가리는거없으셔. 그럼 그냥 여보가 아무거나 정해서 예약해줘 하고 또 일을 하러 갔습니다.... 그렇게 그날 밤도 12시였나? 넘어서 퇴근해 갔더니, 와이프가 뾰루퉁 해있더라고요. 근데 저도 그땐 연이은 회의와, 업무 조율, 많은 업무량 처리로 심신이 지쳐있던 상태라 그모습이 짜증나더라고요. 또 여느때처럼, 오빠는 그냥 그 의견하나 주는게 그렇게 어려워? 난 뭐 집에서 놀아? 힘들다고 지금 유세부려? 라고 날서서 말하고/ 그말에 저도 긁혀서, 말뽄새봐? 야 선넘지마라. 하루종일 일하고온 사람한테 뭐? 유세? 선 많이넘는데? 하면서 서로 날서게 싸우다가, 그때는 스트레스가 저도 극에달했고, 이성을 잃어서, 됐어 그냥 그만하자. 그냥 너 하고싶은 대로 해. 의견을 내다못해 아주 널 찍어눌러서 니가 찍소리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그런 남자 만나든가 니 알아서해 . 더이상 못해먹겠어. 회사든 집이든 날 목 졸라 죽이려는 인간들만 가득한것같아 라고 버럭 소리를 질러버렸습니다. 그말에 와이프는 옷가지를 집어들고 울면서 집밖을 나갔습니다. 아마 처가로 도망간듯합니다. 그와중에 연휴때 줄출근이었고. 회사가서 표정관리 안되어, 뭔 일 있냐고 묻는 선임들한테 지금까지 모든사실 그대로 말했다가 겁나 혼났습니다. 이 병x새ㄲ, 그냥 넌 이혼해라 등 진짜 모진말 엄청 들었습니다. 뭐.. 다 망했습니다. 어버이날때 양가 식사도 못했고요. 지금 양가에서는 저희 눈치 보는중이고요.... 지금 와이프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지내고있는 상태지만, 아직 차갑습니다. 냉랭하고요. 하루 하는 대화가, 왔어?/어/ 밥은?/먹었어/어/ 가 다입니다.. 회사 선임들 및 상사들이 그냥 가서 싹싹빌라하기도 하고 저도 느낀게 좀 많아서, 사과? 당연히 했습니다. 진심담아 편지도 써서 가방에 넣어보고 했는데, 그냥 알겠다고 합니다만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습니다.. 제가 뭘 더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왜 좋아하는게 없고, 취미도 없고, 하고싶은것도 없고 그런지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요 며칠동안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봤거든요? 넌 뭘좋아하니, 넌 뭘할때 행복하니? 라고요. 근데 여전히 답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
내가 쓴 글 보기 > 책갈피에서 확인하세요.
베스트 댓글
니 와이프는 의논을 하고 싶은거고.. 와이프가 의견내면 칭찬이라도 해주던지. 니 맘대로 하라니... 진짜 대화하기 싫겠다.
작성자 찾기
일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