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디다 쓰고는 싶은데 아는곳이 별로 없어서 결시친 카테고리를 빌려 씁니다. 미리 죄송해요. 이글을 저희 엄마가 보실 수도 있을거 같아요... 내용 보면 엄마가 본인 내용이라는거 아실 거 같은데ㅎㅎ 그래도 이 감정을 꼭 적어내보고 싶어서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봅니다. 날것으로 쓰고싶어서 음슴체로 쓰는점 양해 부탁드려요. --- 새벽에 우리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대. 저녁 9시쯤에 아빠가 집에서 씻다가 전화를 받으시더니 갑자기 나와서 병원을 가봐야겠다 하시고 나가셨대. 밤 11시에 엄마한테 전화하시곤 "우리 엄마 돌아가셨어" 하셨다네... 이것저것 처리하고 새벽에 잠깐 집에 들렀다가 눈좀 붙이고 짐챙겨서 아침에 또다시 나가셨다고. 장례는 화장터 예약이 맞물리지 않아서 월요일부터 삼일장 치르는 것으로 되었어. 난 오늘 아침에 출근하기 직전에 상황을 알게 되었는데, 나도 바로 장례식장으로 갈게 같이 가자 했는데도 막상 월요일 아침이라 크게 바쁜것도 없어서 할일 다 하고 오라고 아빠가 얘기했지만ㅎㅎ 그래도 아빠가 상주신데 아무리 할일이 없다 해도 왜 없겠어? 출근하고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한시간도 안돼서 나왔어. 병원이 서울이라 다행이야. 참 희한하지. 어제 일요일 저녁에 병원 가서 할머니 뵙고 왔었거든. 진짜 그 몇시간도 안돼서 이렇게 될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아니 '그' 할머니가 이렇게 아프시다가 돌아가실거라고 상상도 못했어. 내머릿속 할머니는, 뭐랄까, 장남인 울 아빠를 엄청 아끼시고,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드셨던건지 맏며느리 엄마한테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쥐잡듯 하시고, 일년에 제사를 열번은 지내면서 그 많은 음식들을 다 확인하시고, 남자들 먼저 밥먹으면 그다음 여자들 뒤에서 밥먹으라고 하시고,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먼저 잡수시고, 뭐 으레 상상할 수 있는 그런 할머니들의 모습들이었는데. 어느순간 다리를 다리쳐서 휠체어에만 앉아계시다가, 이제는 병상에 누워계시더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된 분. 맨날 우리 엄마 구박하고 그렇게 모질게 하던 할머니. 내가 어릴적 일인데도 서른 넘은 지금도 여전히 너무나게 선명하게 그려지는, 그때 우리 엄마의 얼굴. 형제가 4명이나 있는데도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챙기는건 홀로 감당해야 했던 우리 아빠. 나 고등학생때부터 아빠는 20년이 넘게 매주 주말을 큰집에 가서 살았어. 토요일 아침 먹고 큰집 가서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아빠. 우리집에서 가족은 항상 토요일 아침에야 겨우 딱 한번 같이 밥먹고 마는 사이였던거 같아. 치매기 있는 할아버지. 휠체어에서 일어나질 못하시는 할머니. 집에 상주하는 요양보호사분. 그렇게 20년간, 약 1000주간 동안을, 당신 주말 없이 매주마다 큰집에 가서 할아버지 등 닦아드리고 할머니 진지 숟가락으로 떠먹여드리고 와아왁 소리치는거 들어가며 감당하고 2층짜리 주택에서 휠체어에 타신 할머니는 휠체어 채로 들고 계단 오르락 내리락 하고... 그 세월을 다 견뎠는데 어느새 할아버진 작년에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오늘 돌아가셨다네. 우리 엄마는 이년 전에 암을 겪으셨어. 병원에서 암 투병하는 상황에도 평일에는 나랑 교대로 하면서도 주말에는 끝끝내 큰집을 가야만 했던 우리 아빠ㅎㅎ 그 많고 많은 형제들 단 한번도 주말에 교대하지도 않고 오롯이 병원과 큰집을 오갔었어. 그게 2년 전이다 벌써... 시간 참 빨라. 그때는 내가 아빠 참 미워했는데. 아빤 지금 당장 수술받아야 하는 이틀뒤 삼일뒤 죽을지도 모르는 당신 아내보다도 치매걸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먼저냐고, 그렇게도 형제가 많으신데도 교대로 주말마다 번갈아가면서 챙기자 말을 왜 못꺼내냐고, 당신 아내 수술날에도 지각해서 엄마 수술방 들어가기 직전 겨우 손 마주잡고 인사하고 그랬냐고, 엄마가 아빠 그렇게나 기다렸는데, 당신만 기다리던 아내는 그렇게도 뒷전이었냐고, 어찌 그렇게도 미련하고 바보같냐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못했어 ㅎㅎㅎㅎㅎ 이 글을 처음 빌려서 지난 이년간 하고싶었던 말을 허공에 써내리는거야. 그동안 우리 아빠 참 심적으로 또 신적으로 고생 많았다. 어렸을땐 주말에 나랑 같이 집앞 공원에서 배드민턴도 치고 주말마다 가족 여행도 다같이 가고 했는데 어느새 주말도 없이 본인 여유 즐기지도 못하는 사람으로 바뀌셨더라고. 일요일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항상 피곤한 얼굴로 씻고 잠에 들었던 우리 아빠. 이제 주말마다 큰집 가던 20년치의 루틴이 사라지게 되었어. 우리 엄마도 어제 병원 갔을 때 참 여러 감정이 교차되셨던것 같아... 그렇게도 못잡아먹어 안달이던 그 할머니가 이렇게 되시다니. 그런데 몇시간만에 이렇게 되니 이게 참. 사람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ㅎㅎ 그나마 전날에 병원 가서 얼굴 뵙고 온게 그나마 다행이라 할까. 아빠도 긴 시간 정말 고생 많았고.. 엄마가 진짜 마음고생 심했을거야. 엄마 아픈 와중에도 두집을 오가야 했던 아빠에게, 어제 저녁 병원 갔다오고 나서야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했다고 하시더라고. 아빠도 미안했다 하셨다고는 하는데... 내가 보기엔 엄마가 진짜 생보살이다 싶었어. 이제 곧있으면 장례식장 도착해. 맏손녀로서 할머니 아끼고 사랑했던 예쁜 마음만 담아 잘 장례 치르고 올게. 아빠가 말한대로 월요일이라 오후까지도 크게 바쁠일 없을거 같긴 하다만은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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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댓글
나중에 크고 나서 내가 할머니든 고모들이든 울 집에 못오게함
아부지랑 그것때문에도 많이 싸웠는데 내가 성격이 한 지랄해서...
고모든 할머니든 올때마다 지랄발광 하니까 나중엔 안옴..
할머니 돌아가셨을때 눈물? 절대 안남.
돌아가신지 한참 되었지만 후회도 안되고 보고싶지도 않음.
님 아버지는 지 가족한테 남은 평생 잘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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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댓글
진짜 이제부터는 평생 곁에서 못한 남편노릇 정말 잘하라고 꼭 아버지한테 말씀드리세요.
좋은 아빠도 아니었고 좋은 남편도 아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