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우리집 고생시킨 할머니가 돌아가셨대요

ㅇㅇ 2025.05.12 11:36 조회16,185
톡톡 결혼/시집/친정 방탈죄송
안녕하세요
어디다 쓰고는 싶은데 아는곳이 별로 없어서 결시친 카테고리를 빌려 씁니다. 미리 죄송해요.
이글을 저희 엄마가 보실 수도 있을거 같아요... 내용 보면 엄마가 본인 내용이라는거 아실 거 같은데ㅎㅎ
그래도 이 감정을 꼭 적어내보고 싶어서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봅니다.
날것으로 쓰고싶어서 음슴체로 쓰는점 양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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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우리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대.
저녁 9시쯤에 아빠가 집에서 씻다가 전화를 받으시더니
갑자기 나와서 병원을 가봐야겠다 하시고 나가셨대.
밤 11시에 엄마한테 전화하시곤 "우리 엄마 돌아가셨어" 하셨다네...
이것저것 처리하고 새벽에 잠깐 집에 들렀다가 눈좀 붙이고 짐챙겨서 아침에 또다시 나가셨다고.
장례는 화장터 예약이 맞물리지 않아서 월요일부터 삼일장 치르는 것으로 되었어.

난 오늘 아침에 출근하기 직전에 상황을 알게 되었는데,
나도 바로 장례식장으로 갈게 같이 가자 했는데도
막상 월요일 아침이라 크게 바쁜것도 없어서 할일 다 하고 오라고 아빠가 얘기했지만ㅎㅎ
그래도 아빠가 상주신데 아무리 할일이 없다 해도 왜 없겠어?
출근하고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한시간도 안돼서 나왔어. 병원이 서울이라 다행이야.

참 희한하지.
어제 일요일 저녁에 병원 가서 할머니 뵙고 왔었거든.
진짜 그 몇시간도 안돼서 이렇게 될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아니 '그' 할머니가 이렇게 아프시다가 돌아가실거라고 상상도 못했어.

내머릿속 할머니는, 뭐랄까,
장남인 울 아빠를 엄청 아끼시고,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드셨던건지 맏며느리 엄마한테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쥐잡듯 하시고,
일년에 제사를 열번은 지내면서 그 많은 음식들을 다 확인하시고,
남자들 먼저 밥먹으면 그다음 여자들 뒤에서 밥먹으라고 하시고,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먼저 잡수시고,
뭐 으레 상상할 수 있는 그런 할머니들의 모습들이었는데.
어느순간 다리를 다리쳐서 휠체어에만 앉아계시다가,
이제는 병상에 누워계시더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된 분.

맨날 우리 엄마 구박하고 그렇게 모질게 하던 할머니.
내가 어릴적 일인데도 서른 넘은 지금도 여전히 너무나게 선명하게 그려지는, 그때 우리 엄마의 얼굴.
형제가 4명이나 있는데도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챙기는건 홀로 감당해야 했던 우리 아빠.

나 고등학생때부터 아빠는 20년이 넘게 매주 주말을 큰집에 가서 살았어.
토요일 아침 먹고 큰집 가서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아빠.
우리집에서 가족은 항상 토요일 아침에야 겨우 딱 한번 같이 밥먹고 마는 사이였던거 같아.

치매기 있는 할아버지.
휠체어에서 일어나질 못하시는 할머니.
집에 상주하는 요양보호사분.
그렇게 20년간, 약 1000주간 동안을, 당신 주말 없이 매주마다 큰집에 가서 할아버지 등 닦아드리고 할머니 진지 숟가락으로 떠먹여드리고 와아왁 소리치는거 들어가며 감당하고 2층짜리 주택에서 휠체어에 타신 할머니는 휠체어 채로 들고 계단 오르락 내리락 하고...

그 세월을 다 견뎠는데
어느새 할아버진 작년에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오늘 돌아가셨다네.


우리 엄마는 이년 전에 암을 겪으셨어.
병원에서 암 투병하는 상황에도 평일에는 나랑 교대로 하면서도 주말에는 끝끝내 큰집을 가야만 했던 우리 아빠ㅎㅎ
그 많고 많은 형제들 단 한번도 주말에 교대하지도 않고 오롯이 병원과 큰집을 오갔었어. 그게 2년 전이다 벌써... 시간 참 빨라.

그때는 내가 아빠 참 미워했는데.
아빤 지금 당장 수술받아야 하는 이틀뒤 삼일뒤 죽을지도 모르는 당신 아내보다도 치매걸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먼저냐고,
그렇게도 형제가 많으신데도 교대로 주말마다 번갈아가면서 챙기자 말을 왜 못꺼내냐고,
당신 아내 수술날에도 지각해서 엄마 수술방 들어가기 직전 겨우 손 마주잡고 인사하고 그랬냐고,
엄마가 아빠 그렇게나 기다렸는데, 당신만 기다리던 아내는 그렇게도 뒷전이었냐고,
어찌 그렇게도 미련하고 바보같냐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못했어 ㅎㅎㅎㅎㅎ 이 글을 처음 빌려서 지난 이년간 하고싶었던 말을 허공에 써내리는거야.

그동안 우리 아빠 참 심적으로 또 신적으로 고생 많았다.
어렸을땐 주말에 나랑 같이 집앞 공원에서 배드민턴도 치고 주말마다 가족 여행도 다같이 가고 했는데
어느새 주말도 없이 본인 여유 즐기지도 못하는 사람으로 바뀌셨더라고.

일요일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항상 피곤한 얼굴로 씻고 잠에 들었던 우리 아빠.
이제 주말마다 큰집 가던 20년치의 루틴이 사라지게 되었어.
우리 엄마도 어제 병원 갔을 때 참 여러 감정이 교차되셨던것 같아... 그렇게도 못잡아먹어 안달이던 그 할머니가 이렇게 되시다니.
그런데 몇시간만에 이렇게 되니 이게 참. 사람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ㅎㅎ
그나마 전날에 병원 가서 얼굴 뵙고 온게 그나마 다행이라 할까.

아빠도 긴 시간 정말 고생 많았고..
엄마가 진짜 마음고생 심했을거야.
엄마 아픈 와중에도 두집을 오가야 했던 아빠에게, 어제 저녁 병원 갔다오고 나서야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했다고 하시더라고.
아빠도 미안했다 하셨다고는 하는데... 내가 보기엔 엄마가 진짜 생보살이다 싶었어.

이제 곧있으면 장례식장 도착해.
맏손녀로서 할머니 아끼고 사랑했던 예쁜 마음만 담아 잘 장례 치르고 올게.
아빠가 말한대로 월요일이라 오후까지도 크게 바쁠일 없을거 같긴 하다만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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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 ㅇㅇ2025.05.1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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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엄마 암은 쓰니 아빠랑 할머니가 준거에요. 암은 유전도 뭐도 아니고 스트레스가 제일 큰 원인임. 고약한 할망구 오래도 살았네 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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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 db2025.05.1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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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우리 엄마 괴롭히는 할매를 아끼고 사랑하고 싶어요?? 엄마 대신 안싸우고 뭘한거래?? 쓴이 엄마는 어쩌다 이런 집안에 시집을 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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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 ㄷㄷㄷㄷㄷ2025.05.1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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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홀시어머니 모시고 같이 살때 시집살이를 호되게 해서.. 분가하고 어렸을적 아빠가 가족들 데리고 친할머니네 가면 들어가기 싫다고 우셨음.
나중에 크고 나서 내가 할머니든 고모들이든 울 집에 못오게함
아부지랑 그것때문에도 많이 싸웠는데 내가 성격이 한 지랄해서...
고모든 할머니든 올때마다 지랄발광 하니까 나중엔 안옴..
할머니 돌아가셨을때 눈물? 절대 안남.
돌아가신지 한참 되었지만 후회도 안되고 보고싶지도 않음.

님 아버지는 지 가족한테 남은 평생 잘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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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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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니 어머니도 쓰니도 고생 정말 많으셨네요 그런 할머니, 아빠라도 포용할 줄 알고 이해하고 할머니 아끼고 사랑했던 예쁜 마음만 담아 다녀온다는 글쓴이가 너무 착하고 기특하고 고생했다고 하고 싶어요 여기 사람들 시짜만 붙으면 무조건 눈 뒤집혀 독설만 하는데 너무 거기에 맘 쓰지말고 할머니 잘 보내드리고 이제 부모님이랑 주말 즐겁게 즐기시길!! 어머니한테 더더 잘하시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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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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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네. 엄마 보살 맞네요. 아들노릇만 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결혼해서 남의 귀한 자식까지, 내 자식까지 괴롭히고 살았군요.
진짜 이제부터는 평생 곁에서 못한 남편노릇 정말 잘하라고 꼭 아버지한테 말씀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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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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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우리 할아버지 99에 돌아가심.. 장남이라 돌아가실 때까지 한집에 모시고 살았고 돌아가시기 전에 1년 병원 생활 하셨음.. 지금은 등급 받는게 어렵지 않은데 당시에 가정집에 모시면서 등급 받는게 어려워서 요양보호사도 없이 모심.. 엄마? 나를 낳았는데 딸 낳으셨다고 산후조리도 못하셔서 지금도 온 몸이 아프다 하심.. 원망하지면 정말 끝도 없음.. 이제는 돌아가신지 12년쯤 되니 생각 자체를 안함.. 문득 생각이 나면 다른 집 며느리도 그럴꺼라 생각함.. 쓰니 본인 집만 특별해서 그런 일 겪은거라 생각하지는 마.. 그럼 마음에 병 난다.. 그 시대에는 그냥 그게 당연시 되었던거... 그리고 시간이 약이라고 시간 지나면 겪었던 그런 일들 점차 옅어진다.. 지울 수는 없는 일이지만.. 화나거나 열받거나 슬프거나 아픈 그런 감정의 동요는 없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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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ㅇㅇ2025.05.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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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집에와 자다갔다고? 너보구 일도 다하고 오라하고? 주작도 머리가 좋아야하는건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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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ㅇㅇ2025.05.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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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춤이라도 추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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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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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날것하고 반말질하고 무슨연관이냐? 그리고 음슴체가 뭔지도 모르는게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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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ㅇㅇ2025.05.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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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잘 뒈졌어.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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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2025.05.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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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은 나몰라라하고 아버지 혼자 조부모님 돌봤다면서 주말마다 큰집에 간다는 건 뭔소리야? 큰집에서 평일에는 누가 조부모님 돌봤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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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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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결국 저 집에서 엄마편은 하나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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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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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미화하지만 정상적인 집은 아니였다...
좋은 아빠도 아니었고 좋은 남편도 아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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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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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재산 있으면 돌아가시고 본격적으로 재산싸움 난다.. 나눌게 없으면 조용하고.. 시작도 안한거... 우리 집은 연 다 끊었음.. 말만 안할 뿐이지 집집마다 그런 사연 없는 집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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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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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아버지가 장남이라면서 매주 큰집 가는건 뭐야? 나만 이해 안되나? 사용자첨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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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ㅏ2025.05.1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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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할말이없다 가족이 왜 그꼬라지가 났는고 엄마가 왜아픈데 잘 보내고 오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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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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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엄마만 불쌍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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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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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모신건 큰집인데 뭔니아빠가 고생이야. 큰집에서 모시고 니아빠는 주말마다 가서 큰엄마 엄청 힘들게 했구만. 와씨 20년이나 저런 시동생있음 이혼부터했겠다. 명절이고 제사고 음식만들거 아니면 오지마. 음식 준비하고 밥차리고 더 짜증나. 이거먹고 재수없어라~~~빌면서 음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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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쓰니2025.05.1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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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그때는 그리 사셧어요. 그리 해야만 하는건가하구요 아버지 대단하십니다 효자시죠. 효자랑 산. 엄마는 죽어나가는거구요. 고생마니 하셧네요 고생하셧다고. 편지라도 써서. 드리세요 말로는 그러니. 그리고 그런일은 아무나 못합니다 진정 두분 진짜 고생마니 하셧읍니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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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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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모두 고생 많으셨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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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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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엄마에게 쓰니같은 딸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암 잘 이겨내시고 딸이랑 여행도 다니시고 행복한 삶 누리시길. 그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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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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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20년이 넘게 병수발하면 젊은이도 병나요.. 그렇게 지친 심신을 자식한테 떠넘길 일만 남았네요.. 진짜 아들로서는 대단하지만 처자식한테는 못난 아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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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25.05.1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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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남긴 댓글 할아버지 할머니가 장남이라고 장남만 공부시키고 재산 몰빵해서 그런거면 어쩔 수 없지 다른 형제들은 당연히 네 아빠 일이라고 생각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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