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은 새해 첫 일요일인 오는 5일부터 주7일 배송을 시작한다. 소비자들은 주7일 배송으로 주말에도 신선식품 등 주문한 상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
CJ대한통운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1.9% 감소했다. 주7일 배송 서비스 도입에 따른 초기 안정화 비용이 많이 늘어난 탓이다. 추가적인 택배 물량 확보가 뒤따르지 않으면, 택배업계의 서비스 경쟁이 ‘출혈 경쟁’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J대한통운은 13일 올해 1분기 매출 2조9926억원, 영업이익 854억원, 순이익 410억원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26.1%)은 크게 줄었다.
실적 부진은 택배·이커머스 사업부문인 오네(O-NE) 부문 영향이 컸다. 1분기 오네 부문 매출은 87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43억으로 35.9% 줄며 큰 폭으로 줄었다.
수익성 악화의 핵심 요인은 물동량 감소다. 택배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산업으로 꼽힌다. 대규모 물류센터와 운송망 등 고정비가 투입되는 만큼 다량의 택배 물량 확보로 이익을 늘려야 한다. 이 회사가 올해 1분기 처리한 택배 물량은 3억7700만 박스로 전년 동기 대비 6.9% 줄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소비 침체 영향으로 물량이 줄었고 매일 오네 시행 초기라 운영 안정화 원가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현상에 따른 장기 소비 부진으로 유통업계가 고전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경쟁사 성장에 따른 배송 물량감소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KB증권이 시장조사업체 와이즈리테일 자료를 분석하니, 1분기 쿠팡 결제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택배사의 주요 고객인 옥션(G마켓, G9 포함)과 11번가의 온라인 결제금액은 각각 4.4%, 9.8% 감소했다. 지난 9일 쿠팡은 올해 1분기 11조50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썼다. 신세계그룹과 CJ대한통운의 물류 협력은 1년이 다 되가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12일 이마트는 쓱닷컴은 181억원의 영업손실을, G마켓은 1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택배업계는 주7일 배송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며 휴일 없이 더 빠른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대한통운은 올해 1월부터, 한진택배는 지난달 27일부터 주7일 배송을 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주7일 배송 도입을 검토 중이다.
CJ대한통운의 주7일 배송이 시작된 지난 1월 5일 오전 인천 계양구 서운동 CJ대한통운택배 강서B터미널에서 직원들이 배송 품목을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송전쟁이 격화할수록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휴일에 멈췄던 간선 차량이나 분류 설비를 운용하는 비용이 발생하고, 택배기사들에게 휴일 배송 수수료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하헌구 인하대 물류대학원 교수는 “쿠팡에 택배 점유율을 뺏긴 업체들이 서비스의 질을 높여 이를 되돌리려는 전략을 펴지만, 전체 물량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결국 제살깎기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CJ대한통운은 1분기 매일 오네 서비스로 “차별화 배송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휴일에 소비가 집중되는 홈쇼핑이나 SPA브랜드, 식료품 카테고리 배송이 늘었고, 새벽배송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6%, 당일 배송 물량은 99%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지역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분기에는 수도권 및 주요 광역시를 새벽배송 권역으로 확보하고, 2분기에는 지역권까지 이를 확대해 하반기에는 전국 권역서비스를 한다는 것. 패션·책 등 소비와 배송이 즉시에 이뤄지길 바라는 수요에 대응해 ‘빠른배송(2시간/4시간)’ 서비스도 확대한다.
택배뿐 아니라 특수운송·글로벌 분야 투자도 이어간다. 올해 2월 총 28톤(t) 규모 전투기 훈련 시뮬레이터를 성공적으로 운송한 것처럼 방산 화물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구축한 대규모 콜드체인 거점을 기반으로 글로벌·로컬 식품사에 콜드체인 물류 공급도 확대한다고 CJ대한통운은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